심층 르포 확장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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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2편: 고등어의 사회·문화적 의미와 산업적 명암)

1. 〈고등어와 한국인의 기억〉 – 바다의 생명줄, 밥상의 추억
부산, 포항, 여수의 항구마다 고등어는 세대와 세대를 잇는 추억이다.
1960~70년대 가난한 시절, 아이들의 도시락 반찬은 대개 고등어 한 토막이었다. 소금에 절여 구워낸 그 짭짤한 맛은 밥을 부르는 힘이 있었고,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하루를 버티게 하는 연료였다.
어머니들은 장바구니에 값싼 고등어를 몇 마리 사다 무와 함께 졸여냈다. 양념 냄새가 부엌에 가득 차면, 좁은 골목길마다 아이들이 뛰쳐나와 “우리 집도 고등어 조림이야?” 하고 묻곤 했다.
결혼식 하객상에도, 제사상에도, 그리고 망자의 마지막 밥상인 상여상에도 고등어는 늘 빠지지 않았다.
고등어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한국인의 집단 기억 속에서 ‘바다와 밥상의 연결고리’였다.
2. 〈고등어 산업의 명암〉 – 은빛 황금, 그 이면의 어두움
오늘날 고등어는 ‘은빛 황금’이라 불리며 거대한 산업망을 이루고 있다. 부산 자갈치시장의 경매장, 노르웨이의 대규모 양식·수출 구조, 일본의 소비시장은 모두 고등어의 세계화를 증명한다.
그러나 화려한 산업 이면에는 뼈아픈 현실이 숨어 있다.
- 어획량 감소: 지구 온난화로 고등어 어장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한국 어민들의 그물은 점점 더 비어가고 있다.
- 가격 불안정: 소비자는 ‘서민 생선’이라 기억하지만, 실제로는 수입 물량이 늘어나며 가격이 출렁이고, 이는 어민 소득 불안을 가중시킨다.
- 노동 착취: 새벽 두 시, 항구에서 하루 일당을 벌기 위해 고등어 상자를 지게에 지고 뛰는 노무자들. 그들의 땀과 건강은 산업 보고서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한편, 대기업 유통망은 ‘브랜드 고등어’를 내세워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 마리에 수천 원이던 고등어는 포장, 가공, 수출 단계를 거쳐 열 배 가까이 비싸진다. 서민의 생선은 이제 ‘돈이 되는 생선’으로 변모했다.
결론 – 기억과 산업 사이의 균열
고등어는 여전히 한국인의 식탁 위에 오르지만, 그 의미는 달라졌다.
옛날엔 가난한 이웃을 잇는 나눔의 상징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세계 무역의 상품이자 투기의 대상이 되었다.
탐사 기자의 눈으로 본다면, 고등어의 기억과 산업은 곧 한국 사회의 변화를 비추는 거울이다.
한쪽에는 어머니의 부엌이 있고, 다른 쪽에는 세계 시장의 냉혹한 숫자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