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탐사 보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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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1편: 고등어 요리, 현장 르포 스타일)

바다의 은빛 칼, 고등어 ― 식탁 위의 민중의 생선
부산 자갈치 새벽 경매장. 물빛 비늘을 반짝이며 튀어 오르는 고등어들이 철제 통에 쏟아진다. 어부들의 손끝에는 바닷바람이 묻어 있고, 경매사의 목청에는 바다의 거친 호흡이 담겨 있다. “오늘도 만선이요!”라는 외침 뒤로, 고등어는 다시 한국인의 식탁으로 향한다.
고등어는 그저 한 마리 생선이 아니다. 전쟁 후 허기진 배를 채우던 국민 생선이자, 여전히 서민의 밥상을 지켜주는 은빛 방패다. 값싸면서도 단백질과 오메가3가 풍부해, ‘바다의 보약’이라 불린다.

고등어의 세 가지 얼굴 – 구이, 조림, 회
소금구이:
불판 위에 올리면 기름이 스르르 배어나온다. 굵은 소금이 바다의 짠내를 보존하고, 껍질은 바삭하게, 속살은 촉촉하게 익는다. 술꾼들의 안주이자 아이들의 밥도둑. 한 마리만으로도 밥상은 풍요로워진다.
무 조림:
양념장이 자작하게 끓어오르는 뚝배기 속, 고등어는 무와 함께 천천히 단단해진다. 붉은 고추와 간장의 짭조름함이 어우러져, 국물 한 숟가락이 밥 두 공기를 부른다. 한국인의 ‘어머니의 맛’ 그 자체다.
싱싱한 회:
겨울, 남해의 차가운 바닷속에서 잡아 올린 고등어는 곧장 횟집의 칼끝에 오른다. 선홍빛 살결은 짧은 시간만 허락된다. 비린내가 돌기 전, 미나리와 마늘, 고추를 곁들이면 바다의 살아 있는 맛을 입안 가득 채운다.

고등어의 사회학 – 서민에서 세계로
한때 일본은 한국 고등어를 ‘국민 생선’이라 부르며 수입을 늘렸고, 노르웨이 역시 “북해의 고등어 제국”을 건설해 수출 강국이 되었다. 부산항에서 출발한 고등어는 세계 어시장으로 퍼져나가며, 한국인의 식탁을 넘어 세계인의 반찬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역설도 있다. 기후변화로 수온이 오르자 고등어 떼가 북상하고, 한국 연안 어획량은 줄었다. 값싸던 서민 생선은 이제 어쩌면 사치품이 될지도 모른다.
마무리 – 생선 한 마리의 서사
탐사 기자의 눈으로 본 고등어는 단순한 요리 재료가 아니다.
그 속에는 바다의 기후, 항구의 노동, 서민의 눈물, 그리고 가정의 따뜻한 저녁 식탁이 녹아 있다.
은빛 비늘 하나에도 한국인의 지난 세월이 비친다.
고등어를 굽는 순간, 우리는 바다와 이어지고,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따뜻한 밥 한 끼의 위로를 얻는다.
한 마리 고등어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진실은 단순하다. “먹는 것은 곧 살아내는 일이다.”
